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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1월 4일 발표한 ‘2025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4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고 전월 2.1%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9월 2.1%에 이어 두 달 연속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올해 10월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2.6% 상승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6∼7월 2%대를 기록한 후 8월 1.7%로 둔화했다가 9월 다시 2.1%로 상승한 바 있다. 작년 10월 상승 폭이 낮았던 기저효과로 쌀, 사과, 돼지고기, 국산 소고기 등 농축산물과 여행·숙박 등 서비스,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오르며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정부는 민생 소비쿠폰이 물가를 자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긴 추석 연휴로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콘도 이용료는 26.4%, 렌터카 임차료는 14.5%, 해외 단체 여행비는 12.2% 뛰었다. 민생쿠폰 사용이 주로 대중음식점·마트·식료품 업종에 집중돼 있어, 이번 상승세를 이끈 외식 제외 개인 서비스 물가와는 관련이 적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쿠폰은 주민등록상 주소지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온라인 결제나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해 여행·숙박 관련 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그러나 외식 물가가 3.0%, 가공식품 물가도 3.5% 올랐다는 점은 물가상승률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닌 데다, 아직 2차 쿠폰이 소진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전반에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최근 서울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월세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 수요가 늘고,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물가가 오르는 것은 기본 경제 원리이기도 하다.
물가 걱정을 키우는 더 큰 요인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월 6일 1,442~1,448.6원 사이에서 움직이다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전날보다 1.7원 내린 1,447.7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뛰는 건 기본적으론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학개미’가 미국 등 외국 주식 매수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도에 나선 것도 겹쳤다. 앞으로 매년 최대 200억 달러를 미국에 보내야 한다는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종국에 이르러서는 소비자물가를 뛰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을 줄이고 안 그래도 집값 때문에 운신의 폭이 줄어든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매우 크다.
정부는 앞서 지난 8월 29일 전년도 673조 원 대비 8.1% 증가한 728조 원 규모의 2026년도 슈퍼 예산안 편성 결과를 발표했다. 총지출 증가율(8.1%)은 2022년도 예산안(8.9%)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경제 성장을 위한 인공지능(AI)과 연구·개발(R&D) 분야에 집중해 사상 최대 규모 예산을 편성했고, 지방 선거를 앞두고 남발될 수 있는 포퓰리즘(Populism) 공약도 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 경제전문가들은 재정 확장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 재정 확대가 소비를 부추기면 중앙은행의 금리정책과 충돌해 물가 억제 효과가 반감되고, 현 상황에서는 금리보다 구조개혁과 생산성 제고가 물가 안정의 근본 해법”이라는 것이다. 환율 변동성 완화와 재정 효율성이 병행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화폐 등과 같은 현금성 지출은 경기 부양 효과는 작은데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지난 6월 22일 한국재정학회가 밝힌 ‘재정건전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하의 논문에 따르면 정부 부채·지출이 1% 증가할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최대 0.15% 상승한다. 특히 재정적자일 때 이러한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재정 흑자 때 부채 확대는 일시적인 물가 상승에 그쳤지만, 재정적자 상황에서는 더 크고 장기적인 물가 상승이 유발됐다. 나랏빛 1,300조 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구나 원·달러 환율 변동성과 국제 원자재가 상승도 물가 안정을 장담할 수 없게 하는 변수다. 특히 환율이 국가 경쟁력의 거울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을 가속화(加速化)해 나가야 한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밀어 올려 최종적으로 소비자물가를 자극한다.
특히 에너지, 식료품, 공산품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항목일수록 전이 속도가 빠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는 0.28%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계는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기업은 원자재비와 물류비 부담이 커지는 이중 압력에 직면한다. 물가가 오르면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은 당연히 팍팍해질 수밖에 없고, 소비 심리가 위축된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늘면, 지원금 효과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돈 풀기 유혹에서 벗어나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민생을 명분으로 선심성 재정지출 확대에 치중하다가는 물가도 놓치고, 재정건전성도 위협받을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으나, 생활물가 중심의 상승세는 지속성이 크다. 재정정책의 방향을 경기 부양보다 공급안정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정지출이 생산적 투자나 에너지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수입 물가 안정 대책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에너지세 조정, 물류비 절감,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 등 공급망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물가 상승은 소비 여력을 직접 제약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는 둔화하고, 내수 의존 산업은 타격을 받게 된다. 소매유통, 외식, 숙박 등 서비스업의 매출 감소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소기업의 원가 부담도 심화한다. 현재의 물가 상승은 환율, 재정, 주택비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한 복합 인플레이션 양상이 짙다. 단기 처방으로는 안정이 어렵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화, 생산성 기반 확대, 구조개혁이 동시에 진행돼야만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물가가 다시 목표치(2.0%)를 웃도는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 신호의 일관성과 시장의 신뢰다. 물가 안정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구조를 회복하는 문제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결국 “변화의 속도는 통화보다 신뢰에 달려 있다.”라는 금언(金言)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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